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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까지 왜 이래"…반도체 핵인싸 끌어들여 옛영광 재현? [MK위클리반도체]카테고리 없음 2022. 10. 22. 15:57
TSMC 현지 공장 증설 검토
반도체학과도 만들기로 협력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다가 지금은 후발주자로 밀린 일본이 대만과 손잡고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일본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역 대학과 손잡고 인재를 키우는 데 나섰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소재·장비 분야 최강자인 일본과 공정 분야 1위 국가인 대만이 연합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구마모토대는 2024년도까지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에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구마모토대가 학제를 재편하는 것은 거의 반세기 만의 일입니다. 그만큼 반도체 인재를 집중해서 키워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구마모토대가 신설하는 반도체학과 정원 수는 학년당 총 60명 수준입니다. 커리큘럼은 반도체 설계·생산 교육 과정과 디지털전환 관련 교육 과정 등으로 구성됩니다. 사전에 지자체, 중앙정부 등과 협의를 마친 만큼 설립 허가까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반도체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업계는 이번 반도체학과 신설이 TSMC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해당 학과 커리큘럼에는 TSMC가 요구하는 기술들이 반영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졸업생들은 향후 TSMC로 취업하는 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TSMC가 구마모토대와 손을 잡은 것은 현지에 짓고 있는 신규 공장 때문입니다. TSMC는 1조1000억엔(약 10조6000억원)을 투자해 23만㎡ 규모의 용지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1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월 12인치 웨이퍼 4만5000장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TSMC의 공장 건설에 투자금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기업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을 위해 TSMC 공장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입니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 TSMC는 반도체 단지를 더욱 크게 확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TSMC가 일본 생산 공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WSJ는 TSMC가 중국의 무력 사용 위협 등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을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경우 공업용 전력 공급 문제와 지진 발생 위험성 등 마이너스 요인이 있지만,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TSMC의 판단입니다.
TSMC 덕분에 규슈 지방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던 구마모토현은 초대형 산업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설비와 공정을 보조하기 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 다이요닛폰산소는 기타규슈에 있는 물류거점을 구마모토현으로 확장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용지 면적은 현재 공장 대비 2배가량 넓은 7500㎡ 수준입니다. 화학품 전문기업 NRS는 내년 여름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현에 신규 물류 거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가스와 물, 설비 보수관리 등을 TSMC에 제공하는 재팬머티리얼은 오는 11월 구마모토에 공장과 가스창고 건물을 구축합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과 대만의 연합이 우리 산업에 강력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SMC는 이미 올해 3분기 우리 돈 27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일본이 가진 소재·장비 기술력이 합쳐지면 파운드리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산업적 협력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틈을 비집고 대만이 일본과 손을 잡고 연합 전선을 구축해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