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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사용자 2000만]② 美·中에 밀린 단말·장비… ‘퍼스트무버’ 외친 5G+ 제자리카테고리 없음 2022. 4. 2. 13:04
세계 최초 상용화로 5G 산업 ‘일류’ 육성 공언
“상용화 3년차, 내세울 분야 하나도 없어”
스마트폰 애플에 밀리고, 통신장비 화웨이 장악
5G B2B 활성화도 저조… ‘그림의 떡’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부처 간 견해차로 사업 일정 차질2019년 4월 3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흘렀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지난해 2000만명을 돌파, 올해 30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G 대중화 원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구역)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꼬리표처럼 통신사를 따라다닌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적 적용 역시 갈 길이 멀다. 조선비즈는 5G 상용화 3년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하면서 전문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총 4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는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세대 이동통신(5G)을 활용한 핵심산업과 핵심서비스를 육성해 ‘퍼스트무버’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5G 상용화 3년 차를 맞은 현재 뚜렷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단 하나도 없다. 네트워크 장비는 중국 화웨이에 밀리고, 단말기는 미국 애플이 장악했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팩토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부처 간 견해차로 자율주행 기술 표준 방식도 정하지 못한 가운데,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겠다는 수요도 저조하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산업 활성화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5G 장비는 中에 밀리고 스마트폰은 美 장악1일 정부가 2019년 5G 상용화 당시 발표한 ‘5G+ 전략산업’에 따르면 당시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세계 5G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26년까지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같은 기간 생산액 180조원, 수출 730억달러(약 88조원)와 함께 60만명의 고용 창출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5G+ 전략산업은 5G를 기반으로 한 5대 핵심서비스와 10대 핵심 산업으로 구성된다. 5대 핵심서비스는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실감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다. 10대 핵심 산업은 ▲네트워크 장비 ▲차세대 스마트폰 ▲VR·AR 디바이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지능형 CCTV ▲드론 ▲로봇 ▲5G V2X ▲정보보안 ▲엣지컴퓨팅 등이다.
2019년 당시 정부의 청사진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는 상징성과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를 통해 초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장이었던 유영민 장관은 “최초가 마냥 최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초가 결국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나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상용화 3년을 맞은 현시점에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단 하나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분야 교수는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산업 활성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현재 시점을 진단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앞서고 있다고 평가할만한 분야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대표적인 게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이다. 정부는 5G 상용화에 따라 국내 기업의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을 2018년 4세대 이동통신(LTE) 기준 7.4%에서 2020년 5G로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5G 스마트폰 최초 출시로 인한 선점 효과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통신장비 시장 세계 1위는 점유율 28.7%를 차지한 중국 화웨이였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어 에릭슨(15%), 노키아(14.9%), ZTE(10.5%), 시스코(5.6%), 삼성전자(3.1%) 등의 순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9월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으로부터 ‘역대급’인 약 8조원 규모의 5G 네트워크 장비 수주를 따내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네트워크 시장이라는 게 한 번 깔아 놓을 것을 다 걷어내고 다른 업체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단말기는 미국 애플과 큰 격차를 보인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플의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5.4%로, 삼성전자(14.7%)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갤럭시S10 5G를 처음 선보였고, 애플은 1년이 훌쩍 지난 2020년 10월에서야 5G를 지원하는 아이폰12 시리즈를 내놓았다.5G에 시큰둥한 기업들…자율주행은 걸음마정부가 대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등 5G를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의 성적도 ‘낙제’다.
자율주행 기술 지원을 위해 지난해 추진됐어야 할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시범사업은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의 주파수 견해차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국토부는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으로 안전성을 검증한 만큼 와이파이 계열의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과기정통부는 기술 진보 가능성을 고려해 이동통신 방식의 롱텀에벌루션차량통신기술(LTE-V2X)을 채택해야 한다며 맞섰다.이에 따라 애초 지난해부터 추진됐어야 할 인프라 구축은 늦어졌다. 기존 정부 계획을 믿고 사업을 준비해왔던 지방자치단체들은 혼란에 빠졌고,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려던 기업들은 고사 상태에 놓이기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해를 넘긴 올해 3월에서야 시범사업 주파수 배치안을 확정했다. 국토부와 과기정통부가 요구한 방식을 모두 활용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되,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앞으로 방식을 통일하기로 했다. 통신 방식 단일화에는 최소 3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라, 본 사업 진행 일정은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까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총 1000개 스마트팩토리 공장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계획 달성도 미지수다. 정부는 2020년 200개를 시작으로, 2021년 300개, 올해 500개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공간 전자파 측정결과’를 보면 대상 스마트공장은 약 300개에 불과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이다”라며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곧바로 현장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5G 활용 기업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특화망 서비스인 ‘이음5G’를 내놓았다. 통신사업자가 아닌 기업이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아 특정구역 단위로 5G망을 구축할 수 있게 골자다. 현재까지 이음5G 할당을 받은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와 LG CNS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