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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잠재력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車 메모리 반도체 집중 육성카테고리 없음 2022. 2. 25. 12:16
자율주행 데이터 처리에 메모리 필수
고용량 콘텐츠 저장에도 역할
美 마이크론, 삼성·하이닉스 제치고 1위
삼성·SK 車 산업 접점 확대
글로벌 1,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율주행, 차량내인포테인먼트(IVI) 적용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는 D램 등 자동차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다. 현재 자동차용 D램의 시장 비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PC용 메모리 반도체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메모리는 최근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현재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집적회로(IC) 등으로, MCU는 자동차 각 장치의 제어를 맡아 두뇌 역할을 하며, IC는 장치 구동과 전력 관리에 필요한 반도체다.
자동차 메모리는 보통 정보를 처리하는 데 쓰이는 프로세서와 함께 작용한다.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빼내는 일을 맡는다. 최근 자동차에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다중카메라비전처리(MVP) 등과 같이 인지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IVI에서 활용되는 콘텐츠의 용량이 커지면서 자동차 메모리 중요도 역시 증대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메모리 시장은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1위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 굳이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중 자동차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1.8%로, 스마트폰(43.1%), 서버(30.5%), PC(12.7%)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컨설팅 기업 KPMG는 2019년 기준 적용률 43%의 ADAS, IVI 등이 2040년 전체 자동차의 80%에 장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메모리 영역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그래픽D램 등 첨단 자동차용 메모리 솔루션을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들 중 하나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자동차 메모리 솔루션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데이터 센터 서버 등에 들어가는 수준의 고성능 제품이다. 고성능 IVI 시스템용 2㎇(기가바이트) DDR4 D램 등 3종과 자율주행 시스템용 2㎇ GDDR6 등 2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2㎇ GDDR6의 경우 최신 스마트폰용 D램보다 빠른 14Gbps(초당 기가비트)의 속도를 지원한다. 이는 자율주행 중 탑승자가 고화질 영상 등을 즐기거나, 대용량 자율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최근 전기차 확산과 IVI, 자율주행 시스템의 발전으로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교체 주기가 7~8년에서 3~4년으로 단축되고, 성능과 용량은 서버급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했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 보쉬와 자동차용 D램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보쉬는 그간 유통망을 통해 자동차 D램을 공급받아 왔으나, 수요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SK하이닉스를 만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자동차용 반도체의 기능안전 국제표준 인증(ISO 26262)도 획득했다. 인증을 받은 제품은 8Gb(기가비트) LPDDR5로, 자율주행과 ADAS에 필수적인 고용량·고성능·저전력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자동차용 메모리 제품군에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고대역메모리(HBM) 2E/3 등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자동차 메모리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전담조직을 재편하기도 했다. 100여명 규모의 전담팀 인원을 개발과 마케팅 부서 등 전문성을 갖춘 부서로 세분화해 재배치한 것이다. 업계는 이런 조직 변화에 대해 “자동차 메모리 사업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조직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라며 “자동차 메모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ADAS용 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억800만달러(약 4863억원)에 불과했으나, 2026년까지 매년 27%씩 성장해 2026년이면 13억6700만달러(약 1조6300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2027년 15억3400만달러(약 1조8300억원), 2028년 16억6500만달러(약 1조9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SA는 내다봤다. ADAS용 메모리만 6년 뒤 4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고도화에 따라 자동차 메모리 탑재량 증가가 기대된다”라며 “자율주행 수준이 높아지면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데이터가 급증하고, 연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필수적으로 메모리 자원 소모가 커지게 된다”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자율주행) 레벨5에 이르러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는 D램이 74㎇(D램), 낸드플래시는 1TB(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는 현재 기준 스마트폰 평균 D램 탑재량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