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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테크체인저]⑩신기루 혹은 신세계 ‘메타버스’
    카테고리 없음 2022. 1. 17. 14:36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거리두기·재택근무·비대면 수업은 일상이 됐다. 팬데믹 3년째인 2022년에 접어들며 주목받는 기업과 기술도 과거와 달라지는 양상이다. <블로터>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2022년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들었다. <편집자주>

     

    “인터넷의 뒤를 잇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예언대로, 지난해 메타버스(Meteverse·3차원 가상세계)는 산업계를 휩쓸었다. 페이스북은 아예 간판까지 ‘메타(Meta)’로 바꿔 달았고, 현대차그룹은 올해 시무식을 메타버스에서 열었다. 반짝 유행일까, 아니면 가상세계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가는 시대가 정말 도래하게 되는 걸까.

    인지도·주목도 상위권…높아진 메타버스 이름값
     

    메타버스 ‘광풍(狂風)’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전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44.3%(중복포함)에 달하는 440명은 ‘2022년 일상을 바꿀 기술’로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1위 자율주행(63.2%), 2위 전기차(45.6%), 3위 인공지능(AI), 4위 드론배송(44.6%)의 뒤를 이은 5위를 기록했다. 배달로봇(31.1%), 인공위성(21.9%)보다도 높은 순위다.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5위였던 가상현실(VR)은 올해 8위로 밀려났다. 연령대별로는 20·30·40·50대 이상에서 각각 22.7%, 25.2%, 27.0%, 25.0% 등의 고른 응답률을 기록했다. 인지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 있는 기술을 선택해달라’는 질문에는 736명(73.6%)이 메타버스를 ‘안다’고 대답했다.

    특히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택한 ‘2022년 일상을 바꿀 기업’ 상위권에 든 기업 가운데 다수가 메타버스와 연관된 기술·서비스 등을 개발 중인 것도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체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애플(32.4%)은 올해 ‘차세대 아이폰(post iphone)’으로 불리는 XR 헤드셋을 선보이고 2023년에는 스마트글래스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메타버스 수혜주’로 지목되고 있다.

     


    설문에서 각각 3위·8위를 기록한 카카오(32.3%)·네이버(26.3%)는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넷마블과 메타버스 동맹을 맺은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대표주자로, 보유한 IP의 캐릭터 등을 활용해 메타버스 아바타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손자회사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를 앞세워 메타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페토 이용자는 전세계 165개국 총 2억4000만명에 이른다. 올해 ‘2022년 일상을 바꿀 기업’ 1위로 꼽힌 삼성전자는 메타버스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만 알려졌으나, 지난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데 이어 올해 미국 법인을 통해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매장을 개점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통상 ‘나’를 상징하는 아바타로 현실과 다름없는 사회·경제·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가 구현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게임 ‘포켓몬고’처럼 현실세계에 가상정보를 덧씌워 보여주는 증강현실(AR)도 있고, 가상세계에 현실을 그대로 복제해 놓은 거울세계(Mirror Worlds),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가상세계(Virtual Worlds) 등이다. 개인의 일상을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기록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도 일종의 메타버스다.

     

    팬데믹이 앞당긴 ‘멋진 신세계’일까

    재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메타버스의 성장에 불을 붙였다. 특히 국내서 메타버스의 인지도가 높아지게 된 건 지난해 3월 미국의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는 로블록스(Roblox)의 뉴욕 증시 상장이 계기였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아이들은 가상공간으로 몰려 들었고, 로블록스 이용시간은 유튜브·인스타그램을 뛰어넘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로블록스는 상장 하루 만에 시가총액 42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픽게임즈의 3인칭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도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은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사인회에는 무려 4600만명 이상의 가상 인파가 몰렸다.

    이른바 ‘부캐’에 익숙한 M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자 구찌·루이비통·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들은 메타버스의 문을 앞다퉈 두드리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 ‘동물의 숲’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구찌가 내놓은 한정판 디지털 가방은 로블록스에서 무려 4115달러(약 486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현실에선 멜 수 없는 가방이지만, ‘리셀(Resell·되팔기)’를 통해 가치가 상승한 덕분이다. 메타버스에선 기업만이 아니라 이용자들도 돈을 번다. 제페토에선 약 70만명이 아바타용 의상·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판다. 가상화폐 젬(Zem)은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는 게임·아이템을 제작해 억대 연봉을 올리는 이용자들도 있다. 이달에는 메타버스 게임 더샌드박스에 있는 부동산이 45만달러(약 5억3000만원)에 팔린 사례도 있었다. 메타버스가 현실의 부(富)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원격근무·회의, 비대면 행사 등 메타버스의 쓰임새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거품, 신기루, 허상...메타버스는 아직 달나라 얘기

    “메타버스는 헛소리(The metaverse is bullshit).” 지난해 영미권 게임전문지 <PC게이머>에 실린 칼럼의 제목이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외치자 ‘거품’에 불과하단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임 개발자 존 카맥은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뜬구름 잡는 개념’보단 당장 쓸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침을 놨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지금의 메타버스는) 기존 기술을 리브랜딩한 것뿐, 실제 메타버스로 칭할 구체적인 내용물과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아바타를 분신 삼아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을 두고 ‘메타버스’로 호명하는 건 알맹이 없는 마케팅용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도 새롭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2003년 미국 스타트업 린든 랩이 ‘세컨드라이프’라는 3D 가상세계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세컨드라이프에선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옷·가구 등을 사고 팔 수 있었다. 부동산 거래도 가능했다. 특히 이곳에서 쓰이는 가상화폐 ‘린든달러’를 실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한때 전세계 가입자가 870만명에 달할 정도로 각광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아디다스·코카콜라·BMW 등 굵직한 기업들도 줄줄이 세컨드라이프에 입성했다. 샘 팔미사노 IBM 최고경영자(CEO)는 전직원에게 아바타를 할당해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업무를 보게 하겠다고도 선언했다. 그러나 복잡한 조작법, 들쑥날쑥한 3D그래픽, 시간차(time lag) 등 뚜렷한 기술적 한계로 이용자들의 이탈이 잇따랐고 인기도 시들해졌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사이버폭력·도박·성매매·돈세탁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들도 고스란히 재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세컨드라이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VR·AR·MR 등 가상현실 기술(XR)의 발전이 필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HMD)’ 등 가상현실 장비는 소형화·경량화·VR 멀미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보급률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VR·AR 장치의 시장 규모는 연간 100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메타버스에 가장 열을 올리는 메타마저 “완전한 메타버스가 구현되려면 10년은 걸린다”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 △상호운용성 △개방성 △경제적 보상 등 메타버스가 지속가능하려면 다양한 요소들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의 부상에서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는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신사업만 발표하면 주식 폭등으로 연결돼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비판들도 잇따랐다. 이미 미국에선 메타버스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들도 있다. 이로 인해 올해는 거품이 걷히고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따른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돼서다. 올해는 메타·소니·MS 등이 XR 헤드셋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애플이 VR·AR을 아우른 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세계 AR·VR 기기 출하량이 2025년께 2576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잇는 기술인 BCI(Brain-Computer Interface)나 홀로그램 등도 메타버스 세계 진입을 앞당길 열쇠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타버스 시장을 폭넓게 정의하고, 최대 8조달러(우리돈 9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모건스탠리는 “진정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산업계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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