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가 악의를 이길까…코로나패스 개발사의 메신저 '블록챗'
대면으로 만나 나눈 대화에서는 "전에 한 말 취소할게"처럼 발화를 수정하고 번복하는 게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온라인 메신저에서는 사용자가 남긴 말이 '기록'으로 중앙 서버에 저장돼 그게 어렵다. 5분 내에 메시지 내용을 삭제할 수는 있지만 온전히 발화의 주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방식은 아니다.
7일 블록체인랩스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한 중앙 서버 없는 무료 메신저 '블록챗(Blockchat)'의 구동방식은 이런 문제의식에 착안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자기가 했던 말은 물론, 상대방이 했던 말까지 모두 고칠 수 있다. 자기가 한 말과 들은 말이 모두 뇌 속에 있는 기억과 같이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으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가능하다.
블록체인랩스는 4300만명이 사용하는 코로나19 백신 패스 쿠브(COOV)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가상화폐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인프라블록체인)의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챗은 특허 받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디바이스에 고유의 블록체인 ID를 생성해 대화 당사자들을 다이렉트로 연결시키는 차세대 메신저 서비스다.
기존 메신저 서비스는 개인 정보와 대화 내용이 저장되는 중앙 서버를 사용하는 반면 블록챗은 웹 3.0의 핵심인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다. 별도의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개인 정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메시지 내용은 중앙 서버가 아닌 개인 디바이스에만 저장된다.
사용자는 신원이 확인된 상대방에게 고유의 연결 코드를 공유해 대화를 시작한다. 중간 전달자가 없어 일상과 가장 유사한 대화가 가능하며 나아가 본인의 인지 없이 무분별하게 이용되던 개인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블록체인랩스의 설명이다.
블록체인랩스 측은 "블록체인 ID와 연결 코드는 사용자가 대화를 원하는 사람 외에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아 'N번방 사건'과 같은 노출된 ID를 이용한 익명의 사이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며 "블록챗상에서의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와 마찬가지로 증거로서 효력을 갖지 못해 캡처나 촬영을 통한 악의적인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활용하는 증거가 아닌 비방의 목적으로도 상대방이 했던 말을 자의적으로 왜곡, 편집하는 사례가 우려된다. 친구 사이가 원수가 되는 일도 삶에선 얼마든지 일어난다. 나의 기억과 상대방의 기억이 다른데서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착오부터, 악의로 인한 편집으로 인해 상대방의 사회적 평판과 신용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종훈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는 "대화의 본질은 원하는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이라며 "코드를 통해 신원이 확실한 사람과 연결되면 그런 사례가 발생하는 비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메시지를 수정할 수 있다는 건 증명 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원래 대화가 그것이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진위 자체가 사실인지 아닌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비방용으로도 쓸 수 없다는 논지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메신저는 대화록과 같은 의미로 여겨지고 있다. 캡처된 대화 그 액면상을 사실로 인지하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블록챗의 특성을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인지하면서, 선의로 사용할 경우에는 이러한 사례가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블록체인랩스는 블록챗이 중앙 서버 화재나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근 카카오가 겪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그러나 중앙서버가 아닌 사용자의 스마트폰 자체에 화재가 일어나거나 백도어 등으로 해킹당할 경우까지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블록챗의 성공 가능성은 확신할 수 없으나 이 회사는 사람의 '선의'를 상당히 믿는 것으로 보인다. 블록챗에 토큰 이코노미를 결합하거나 광고로 수익을 낼 생각이 없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수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해외 현지기업과 협업해 국가 단위로 블록체인 기술을 수출하는 식의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임병완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는 "현존하는 메신저 서비스들은 메신저 기업이 사용자의 정보를 이용해 광고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며 "개인 정보에 대한 의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지금 무분별한 연락처 연동, 원치 않는 광고 노출, 메신저 대화 악용 등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사용자들이 블록챗을 통해 개인 정보의 주권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가 <블로터>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블록챗을 위해 기관투자자 등의 투자금을 받을 계획도 없다. 블록체인랩스만의 방식으로 운영한다. 운영비 등을 견딜만한 현금은 운영진이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서비스이지만, 향후 유료 서비스를 도입할 시 안정적인 법정통화 기반으로 가치를 주고받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