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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이식 필요한 환자 수만명이지만...현실은 1년에 500건 남짓

mohana19807 2022. 9. 10. 12:43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65) 실명]

 

각막은 눈을 외부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제일 먼저 빛이 통과하는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외부로 노출된 가장 연약한 조직이기도 하다. 충격이나 오염 물질 등 외부환경과 직접 맞닿아 외상을 쉽게 당할 수 있고 각종 질환에 걸리기도 쉽다. 여러 문제로 각막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 이르면 빛을 잃는 실명이 된다.

각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기능이 소실되면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각막을 제공받아 이식하는 것이 시력을 되찾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나와는 관계없는 먼 이야기 같지만, 각막에 문제가 생겨 이식해야 하는 상황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다.

 


빛을 잃어 각막을 이식받게 되는 주요 원인은 유전이나 안과 수술을 받고 나서 내피세포가 결손나는 것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외상(外傷)이 가장 많다. 대개 50세 전후 다치거나 사고를 당해 각막에 손상이 온 경우가 많다. 산업 현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들어가고, 찔리거나 찢어지고, 터지고 긁히는 사고가 흔하다. 때로 암모니아 같은 화학물질이 닿아 각막이 기능을 잃는 일도 있어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눈에 외상을 당하면 바로 안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프거나 충혈이 일어나고, 눈꺼풀 처짐, 하얗게 각막 변성 등 변화가 시작된다. 이때 방치하면 시력이 소실되며 결국 버티고 버티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조금이라도 눈에 충격이나 손상이 있으면 바로바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는 길이다.

각막 이식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각막을 제공받아 이루어지기 때문에 타인의 '각막 기증' 이 필수다.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간편하다. 혈액형이 달라도 거부반응 없이 이식이 가능하다. 요즘은 영안실까지 이송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어서 사망 뒤 길게는 12시간이 넘어도 각막을 건강한 상태로 이식할 수 있다. 이식받은 각막이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대략 60% 이상 이며 이때 각막 이식을 받은 환자의 원인 질환이 가장 중요한데 원추 각막처럼 순수 각막 질환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양호하다.

 


우리나라에서 각막 이식이 필요한 실명 환자는 수만 명이다. 안타깝게도 한 해 이루어지는 수술은 500건 남짓이다. 미국의 경우 각막 이식 수술이 한 해 1만~2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 의료기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병원 중 각막 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등록된 곳은 20여 곳이다. 꾸준히 수술이 진행되는 곳은 필자의 안과 병원이 각막 이식 수술을 진행하며 나머지는 대형 대학병원 몇 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수술 건수가 저조한 것은 국내 각막 기증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기증은 여전히 가뭄 상태다. 급할 때는 각막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그 과정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떨어져 사후 기증이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체 발부 수지부모라는 전통적인 유교관도 있지만, 각막 기증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없이 귀찮기만 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사후 기증을 약속한 분이 돌아가시면 실제 기증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본인의 불행을 넘어 가족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생계 위협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각막 이식 수술은 정상 생활과 경제활동,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돕는 수술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해결돼 정상으로 돌아가 행복을 되찾아 주는 숭고한 과정인 셈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각막 기증과 이식이 보다 활발해져 어둠 속에 계신 많은 분이 세상의 빛을 되찾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