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막기 위해 20억 쓴 NHN, 돌아온 건 '어닝쇼크'
[(종합) NHN 1Q 영업익 155억원…증권가 컨센서스 41% 하회]
네이버(NAVER)·카카오에 이어 NHN도 인건비에 발목이 잡혔다. 올 1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인건비 부담도 늘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이다. 안현식 NHN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IT업계 개발자 쟁탈전이 심해 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채용 후 리텐션(유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NHN은 올 1분기 매출이 5205억원, 영업이익이 155억원을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8.2% 감소했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를 41%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N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64억원으로 추정됐다.
결제·커머스 사업이 확대될수록 느는 지급수수료가 1년 사이 21.8% 증가한 가운데, 인건비·광고비가 급증해서다. 인건비(1018억원)는 10.1% 상승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NHN은 네이버·카카오처럼 연봉을 파격적으로 인상한 것 아니지만, 올해 인상폭이 통상적인 수준보다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직을 막기 위해 장기 근무자에 20억원 규모의 일회성 복지비도 제공했다.
상반기까지 인건비·광고비 증가…"투자로 봐달라"
올 1분기 신작이 없었는데도 광고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2%나 늘었다. 웹보드 게임 '한게임' 이미지 전환을 위해 이병헌·정우성·조승우를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영향이다. 올해 7개 신규 모바일게임이 출시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자칫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인건비·광고비가 더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 IT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올 1분기 인건비(3812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하며 수익성 발목을 잡아, 올해부터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올 초 임직원 연봉 재원을 15% 인상하며 IT업계 보상 경쟁 신호탄을 쏜 카카오 역시 인건비(4200억원)가 1년 전보다 43%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12.5%에서 9.6%로 뒷걸음질했다.
이에 대해 안 CFO는 인건비도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1분기 인건비·광고비 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많았다"라며 "2분기까진 광고비가 다소 추가되고 인원 증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 비용 증가보다는 외형성장과 이용자 증가를 위한 장기적 포석으로 봐달라"라며 "결과적으로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라고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NHN표 게임, 웹보드→P&E 체질개선올 1분기 NHN 부문별 매출은 △게임 1088억원 △결제·광고 2092억원 △커머스 1047억원 △기술 637억원 △콘텐츠 4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5% 감소한 게임부문을 제외하면 전 사업부문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다만 올 상반기 웹보드 게임 규제가 완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웹보드 게임 시장 점유율 1위인 NHN의 실적 기대감도 높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웹보드 게임머니 구매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또 NHN은 즐기면서 돈도 버는 글로벌 P&E(플레이앤언) 게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우진 NHN 대표는 "올해는 변화된 코로나19 관련 대외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적극적인 마케팅을 집행하며 외형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P&E 게임 시장 본격 진출과 페이코의 이용자 확보 및 체질 개선, 클라우드 사업 시장 지배력 확보에 주력함으로써 글로벌 톱티어 테크 컴퍼니에 한 걸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