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재 대상된 ‘러시아의 구글’ 얀덱스…”미디어 부문 매각 검토”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Yandex)’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얀덱스가 미디어 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러시아 소셜미디어(SNS) 운영사인 VK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테크크런치는 소식통을 인용해 매각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얀덱스는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EU는 얀덱스가 러시아 정부의 정치 선전에 됐다며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제재 대상에 얀덱스의 부회장인 티그란 쿠다베르디안을 추가했다. 제재 대상은 유럽 내 보유한 자산 동결과 유럽 여행이 전면 금지된다.
EU는 “러시아 정권에 실직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는 집권층, 엘리트층, 주요 사업가를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허위 정보 확산과 정치 선전을 주도하는 인물들도 제재 대상이 된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얀덱스에 대해서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언론을 검열하겠다고 협박한 후 얀덱스는 포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뉴스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EU는 쿠다베르디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2월 24일에 러시아 관료들과 곧 이뤄질 서방의 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EU의 조치가 이뤄진 후 쿠다베르디안은 부회장직에서 사임하고 얀덱스의 모기업인 얀덱스 NV 이사회 임원직에서도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얀덱스는 지난 달 25일부로 거래가 정지됐다. 전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자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6개월 동안은 75%의 기업 가치가 증발했다. 또 나스닥과 뉴욕 증권 거래소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내리자 러시아 기반 기업의 주식 거래를 일시 정지했는데 얀덱스도 여기에 포함됐다.
얀덱스는 자사가 러시아에서 개발됐지만 중립성을 유지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얀덱스는 대규모 뉴스 포털에 적용되는 러시아의 미디어 라이선스 규정에 따라 당국의 감독을 받은 뉴스만 게재할 수 있다. 당국의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독립 언론 매체는 폐쇄를 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탐사보도 플랫폼인 ‘벨링캣’이 그 표적이 됐다. 해당 매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집중 보도해왔으며 오랜 시간동안 푸틴의 정치 선전에 대항하는 소식을 전해왔다.
얀덱스가 최근 매각 결정을 내리게 된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크런치>는 얀덱스가 약 5년전부터 미디어 부문 매각을 고려해왔지만 러시아가 최근 ‘가짜뉴스 처벌법’을 시행하며 결정을 더욱 빨리 내리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군에 대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15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아울러 몇년 전부터 러시아 정치인들은 얀덱스가 상위 뉴스 검색 결과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뉴스 정렬 알고리즘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 결과 얀덱스는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미디어 분야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부문을 처분한 후에는 검색 엔진과 기술 관련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얀덱스는 뉴스 포털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이커머스, 자동차 셔틀 서비스, 번역기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테크크런치>의 한 소식통은 얀덱스가 보다 엄격한 러시아 당국의 통제, 국제 제재에 대응함과 동시에 사업을 어떻게 개편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