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부·국회·대기업 모두 스타트업처럼…창업국가돼야 성공"
스타트업 국가 선언한 프랑스
25번째 유니콘 키워내며 질주
韓경제의 주축이 된 벤처기업
창업국가 대전환 논의할 시점
기업가정신 체화 최우선 과제
스타트업 자유도시 만들어야
"프랑스는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6월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바 테크놀로지'에 참석하여 한 발언입니다. 애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당시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2025년까지 유니콘 25개 탄생을 약속했죠.
그동안 프랑스는 정부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데에 아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4년짜리 근로 거주허가를 제공하는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라는 새로운 비자도 만들어서 비유럽연합(EU) 회원국 출신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쉽게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노력 덕분에 올해 벽두에 25번째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성과를 거두며 목표를 조기 달성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자신감대로 이제 프랑스는 스타트업 국가를 넘어 유니콘 기업들의 나라를 향해서 아주 바쁘게 걸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프랑스 창업기업 수는 81만개를 넘었고, 그에 따라 여전히 8%를 넘는 높은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35세 미만의 청년창업 비율이 57%에 달한다는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스타트업 관련해서 영국보다 뒤지고 있던 프랑스가 국가 차원의 대전환을 시도한 결과입니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상황도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 지놈이 발표한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100개국 28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2021년 창업생태계 평가에서 서울시가 역대 가장 높은 순위인 16위에 올랐습니다.
서울의 창업생태계 가치는 54조원으로 높은 순위 도시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나름 성과를 보였답니다. 2019년 대기업 집단의 매출 총액이 1.1% 줄었을 때 벤처·스타트업의 매출 총액은 7%나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위축된 2020년에도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 수는 12만개를 넘어섰습니다. 2000년 벤처 붐 당시보다 104% 늘어난 수치에 해당합니다. 벤처·스타트업의 고용은 81만7000명으로 4대 그룹의 전체 고용 69만8000여 명보다 11만9000명 정도가 더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국가로 '대전환'을 이루는 과제를 보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벤처·스타트업이 어느새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고용 문제 해결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고용률 방어라는 기존의 수세적 개념에서 창업률 확대라는 공세적 개념으로 정책의 대전환을 전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역 내의 창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약 10년에 걸쳐 역내 고용 증가율은 제조업의 경우 3.3% 상승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스타트업 국가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있습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규제 완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책 수립, 대기업의 과감한 참여, 글로벌 진출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입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을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의 본질을 혁신으로 정의했죠. 모험, 도전, 혁신이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이라고 해도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에는 하나가 더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바로 '연결과 공유'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면서 세상에 유용한 새로운 가치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의 핵심입니다. 경영이 디자인과 연결되고, 디자인이 공학과 연결되고, 플랫폼이 인간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가치를 공유하는 게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나중에 지분 매각을 통해 글로벌 잭팟을 터뜨리겠다고 허름한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죠. 그는 더 편리한 새로운 세상을 꿈꾼 것입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준비 없이 취업 대신 스타트업 창업을 선택하면, 대박의 꿈이 희미해지는 순간, 곧바로 폐업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이 29.2%에 불과한 것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창업한 지 5년 후에 약 70%가 폐업한다면 스타트업 국가는 요원해집니다.
스타트업 창업자 개인의 문제만은 절대 아닙니다. 정작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곳은 정부와 국회, 대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스타트업 지원을 부르짖으면서도 본인들이 스타트업의 생명인 '민첩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노후 기업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타트업에 대한 상생협력적 연계와 참여를 주저하는 대기업도 역시 정작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처음엔 모두 스타트업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대학도 할 말이 없습니다. 스타트업 육성을 전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면서 정작 허허벌판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실에서 가장 기본 무기인 기업가 정신의 교육은 등한시합니다. 미국의 경우 기업가정신센터를 기반으로 학부에서 기업가 정신 학위 과정을 운영합니다. 단순한 창업 지원에 급급하여 실적 쌓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창업 및 성장을 위해 필요한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국가가 되려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정규 과정으로 기업가 정신 과정이 도입돼야 합니다. 초등학생의 꿈이 건물주이고, 취업준비생 셋 중 한 명이 공시족인 현실을 그냥 내버려 두는 나라는 결코 스타트업 국가로 전환될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도, 국회도, 대기업도 스타트업이 되어야 합니다. 최소한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만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저것 눈치 볼 게 어쩔 수 없이 많은 상황이라면 아예 스타트업 자유도시를 따로 만들어서 해결해야 합니다. 덕지덕지 붙이는 대신 꼭 필요한 가이드라인만 딸린 샌드박스, 해외 인력의 유입을 위한 과감한 비자 면제,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전문 투자기관 설립, 국가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투자와 시장 진출 고속도로 등이 마련된 '스타트업 국제 자유도시'라도 시도해봐야 합니다.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부터 챙기고 시작하는 것, 그래야 스타트업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